맨발천사 최춘선 할아버지 (김우현, 규장,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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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언뜻 맨발로 전도하는 할아버지에 대해 읽었었는데 책방에 갔더니 그 책이 있었다. 규장에서 나온 어린이 책이었다. 딸아이에게 주려고 사가지고 와서 단번에 읽어 내려갔다. 우연히 김우현 감독과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맨발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기이한 언행이 몹시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이유를 알아갈수록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 바로 인터넷을 뒤져 할아버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막상 화면으로 보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약하고 초라해서 충격을 받았다.

솔직히 책표지에 소개된 할아버지의 화려한 약력-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제 시대 동경유학을 하고 5개 국어에 능통한 수재였으며 김구 주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사람, 해방 후에는 목사로 교회를 짓고 양로원, 고아원 등을 운영하며 굶주리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자신이 소유했던 넓은 땅을 모두 나누어 준 사람-이 할아버지에 대한 상상과 평가에 먼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만일 이러한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이 지하철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면 나는 어떠한 태도를 취하였을까? 어느 정도 전도 않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꼭 저렇게 해야 하나 하는 민망한 마음이 교차하면서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 모른다. 분명 지금과 같은 존경심과 감동, 경외심에 가까운 마음은 갖지 않았을 것이다. 30년이 넘게 지하철에서 맨발로 전도하셨다는데 왜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을까 의문이 들면서 아마 관심 없이 보았기에 알지 못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을 닮으려는 사람, 예수님을 좇는 사람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여야 할지 모른다. 흠모할 만한 고운 모양도 없고 가진 것 없고 멸시 받고 이해받지 못하는 모습. 사명과 부름에 그저 묵묵히,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같이 잠잠한 모습. 그러나 이미 그 마음은 하늘에 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 하루가 천 시간이라도 모자랄 만큼 전하는 사명에 열심이 있었던 할아버지는 예수님을 만나러 갈 때(할아버지는 지하철에서 전도하시다 돌아가셨다) 얼마나 기쁘셨을까 생각해 본다.

부와 명예, 멸시와 고난, 그 어떤 것도 얽매거나 굴복시킬 수 없는 자유로운 사람. 그는 진정 복 있는 자이다. 세상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그러나 믿는 자는 누구나 사모할 그런 복 있는 자이다.

“사명은 각자 각자요.” “진리는 고독해도 날로 담대합니다.” “효자는 대통령 보다, 대학 총장 보다 성공이요.” 할아버지의 여러 말들이 귓가에 쟁쟁하게 울려온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 진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예수는 나의 힘이요” “충성은 열매 가운데 하나요”가 무엇인지 몸으로 삶으로 분명하게 보여주셨기에 너무도 귀에 익은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노라면 마음속에 찬송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할아버지의 삶을 있게 하신 하나님의 사랑, 십자가의 은혜가 너무도 분명하게 깨달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함께 외치고 싶다. “예수 천당, 날마다 천당”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