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메시아니즘-신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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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10-06-01 (화)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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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메시아니즘-신원하

'시론' 로또 메시아니즘

2003년 02월 11일 (화) 12:00:00

신원하 교수

“인생역전”이라는 선정적인 광고 문구를 내건 로또 열풍이 지난 주간 전국을 휩쓸었다. 이전과 달리 당첨금이 천문학적 액수로 알려지면서 나라가 들썩할 정도로 로또에 돌진하였다. 약 1300만 명, 국민 넷의 한 사람 꼴로 로또를 산 셈이다. 이제 이 열풍은 당분간 잠재하겠지만 당첨 금액에 따라 언제든 다시 표출될 소지를 안고 있다.

“인생역전을 노려라”는 광고문구는 정상적 방법으로는 엄청난 부를 얻고 변신하기가 쉽지 않은 우리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을 겨냥했는데, 실제로 적중한 셈이다. IMF 환란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거의 실현불가능해진 일반 서민들에게 이 선동적 광고 문구는 저항하기 쉽지 않은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특별한 시간여유와 전문지식이 없어 주식투자를 통해 이익을 낼 길도 희박하고, 기본재산이 없어 부동산 투기와 아파트 당첨이나 전매 같은 방법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을 방법도 없는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어쩌면 로또는 인생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 모른다.

이번 로또 열풍은 사회적 레저와 여흥의 차원에서 보고 넘기기에는 결코 간단하지 않은 우리의 사회 심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심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로또 열풍을 신학적으로는 크게 두 면으로 반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로또에 매달리는 심리는 일종의 메시아니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로또를 통해 삶의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고 일탈을 얻고자 하는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복음과 정면배치되는 이단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안에는 예수와 복음이 아니라 다른 것에 의지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일탈, 즉 구원을 꾀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비복음적 태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둘째, 로또 이상 열기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일터와 노동이 지닌 영적 의미를 무시하고 간과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가 일하고 노동하는 것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만은 아니다. 일상생활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위임하신 일터에서 자신과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재화를 창출하는 행위이다. 특히 개혁신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삶에 일종의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거룩한 소명으로 생각하여 왔다. 이번 통계를 보면 2∼30대는 5명중 3명이 로또를 구입했고 이 연령층의 직장인들의 23% 이상이 당첨이 되면 직장을 그만 두겠다고 했다. 이는 직장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실례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생활의 의미를 생계유지 차원으로 떨어뜨리고 몰가치화하는 이러한 로또 열기의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가볍게 오락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반복음적인 정서를 파악하고 그 정신을 역전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다. 그리고 교회는 우리 사회에 교묘히 흐르는 시대정신을 바로 깨닫게 하고 이에 거스르는 생활운동을 해나가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사행심을 부추기는 방법을 통해서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정부에게는 사회의 전반적인 도덕과 건전한 분위기를 진작해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