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물질주의가 문젭니다."

한국교회가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될 것이 진정한 권위를 파괴시키는 권위주의 멘탈리티와 물질의 중요성을 왜곡시키는 물질주의 풍조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물질주의 문제에 대해서 몇 가지 논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물질주의란 쉽게 말해 돈이 모든 신앙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는 정신구조를 말합니다.

한가지 예들 들어 보겠습니다.

한국에 사시는 아주 가까운 가족 중에 권사님이 계신데, 권사직 임명을 이런 저런 핑계로 수년 째 미루다가 최근에야 권사직을 받으셨지요. 권사직을 미룬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목사님이 직접 권사직을 받으면서 특별헌금을 하라고 말씀하진 않았지만 그 교회는 권사직 취임과 함께 한몫 내야하는 것이 <불문률>이요 <당연지사>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직장 생활하는 자식들에게 이 문제로 부담을 주기 싫어서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면서 한사코 권사직 임명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권사가 된 다음에도 무슨 회식이나 교회모임 때 의례 권사가 재정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더더욱 고사했다고요. 이 사실을 알게된 자녀들이 그래도 교회에서 권사로 봉사하는 것이 좋으니 심려 놓으시고 직분을 받으라고 권면 했고, 그래서 권사직을 수락하게 되었답니다. 권사가 된 다음에도 늘 목사님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 아무런 돈도 내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을까 해서... 그래서 몸으로 때우는 일에 충성하기로 했다고요. 새벽기도, 철야기도, 기타 궂은 일에 몸을 드려 봉사하면서 직분임명 때 돈을 내지 못한 <죄의식>을 만회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이곳에서 목회하고 있는 선배, 동료, 후배 목사님들이 장로나 안수집사를 임명할 때, 그 절대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신앙이지만 실제로는 십일조 및 헌금이라고 '고백'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목회를 하다보면, 돈이 중요하고 그 돈을 그렇게 정성껏 내는 분들이 최고의 신앙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요... 바른 말은 많이 하지만 헌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위선자로 보인다고요... 결국 하나님 앞에 최고의 헌신 척도가 헌금이 될 수밖에 없다고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인격을 갖춘 훌륭한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헌금생활도 헌신이 되어있는 사람일진데 일치가 안될 때는 어쩔 수 없이 헌금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요... 더구나 재정이 넉넉지 못한 교회살림 가운데 어떤 해결해야 될 일이 있는 경우 본의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직분 임명을 '이용'하게 되고 만다고요...

이런 상황 가운데, 수많은 평신도들은 내가 교회에서 안수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려면, 무조건 헌금을 많이 해야 한다라는 사실 아닌 사실을 깨닫게 되고, 여기에 번민과 갈등을 거듭하다가 어떤 사람들은 분노와 실망감으로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아다니게 되고 어떤 사람들은 그 고통을 신앙적으로 극복(?)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집도 팔고, 땅도 팔고, 빚도 내게 되는 것이죠. 헌금을 무명으로 내려고 해도 나중에 직분임명 심사에서 헌금 안 했다고 분명히 떨어질 터이니 그런 손해나는 짓은 무엇 하러 하나라고 생각하여 꼬박꼬박 이름을 적어서 인정받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성도들 마음에 결국은 돈...돈...돈...이구나... 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고 자신의 삶도 돈이 은혜 받는 척도가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그러니 강단에서는 물질이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물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헌금의 참다운 정신이란 무엇이다... 등등 '바른 물질관'이 반복해서 전해지지만, 실제 성도의 정신구조와 삶은 그 정반대로 돈 없으면 교회에서도 멸시받는다라는 체험에 기초한 믿음에 지배되는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죠. 그러니 돈의 축복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제일의 축복이 되고 마는 것이죠 (말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물질주의의 반대가 돈을 무조건 나쁜 걸로 보고 영적인 세계와 돈의 세계를 분리시키는 이원론적 물질관은 아닐 겁니다. 중요한 건 돈을 영적으로 다스리는 거겠죠. 돈은 중요한 영적인 사역의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와 각종 선교단체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말해 돈이 없으면 사역이 기우뚱거리고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돈이 교회를 움직이는 모터가 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런 면에서 물질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와 물질주의 풍조에 물듦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일차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이 물질주의 풍조에 짓눌려있는 상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