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진석

"댓가"가 있는 정상적인 돈 거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1) 가난한 사람이 생계 지탱을 위해 타인에게 돈을 꾸는 경우 / 이자를 조건으로 돈을 꾸어주는 경우

2) 회사운영을 위하여 자금을 끌어드리는 경우 /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이식을 위해서 투자하는 경우

1)의 경우에, 성경은 이자를 조건으로 돈을 꾸어주는 행위에 대하여 경계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명기 23:19, "네가 형제에게 꾸이거든 이식을 취하지 말지니 곧 돈의 이식, 식물의 이식, 무릇 이식을 낼 만한 것의 이식을 취하지 말 것이라" 그리고 한 구절 더 첨가하자면, 눅6:35,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빌리라 (lend, hoping for nothing again)..."

그러나 이 말씀들을 2)의 경우에 "직접" 적용하는 것은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가난한 이웃을 사랑으로 돕는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씀을 지속적인 산업 운용을 위한 재정 확보 및 투자에 대한 가르침으로 잘못 확장하면 안되리라는 것이지요.

이 차이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고, 경제활동 가운데 "이자가 오가는 돈 거래"를 중요하게 다룬 사람은 바로 종교개혁자 칼빈이었습니다.

칼빈은 그의 친구, Sachinus에게 보낸 편지에서 "usury" (이식업)를 하나님의 "정의와 자비"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전후맥락을 무시한 "문자주의적" 성경해석을 통하여 정죄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칼빈은 누가복음 6:35를 언급하면서, 예수님이 "댓가를 기대하지 않고 꾸어주는" 행위를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자비로운 모습으로 칭찬하고 계신 대목으로 해석합니다. 이 말씀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그러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돈을 빌리는 경우는 완전히 다른 경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자신의 돈을 사용해서 재산을 증식시킬 기회를 포기하고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니, 돈을 빌려다 사업하는 사람은 벌어드린 수익의 일부를 원 주인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칼빈은 경제활동으로서의 "이자를 주고받는 돈 거래"는 "공평성"(equity)이라는 원리에 의하여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그는 몇 가지의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1) 절대로 가난한 사람에게 이자를 취해서는 안됨. 이것은 위의 1)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2) "공평성"의 경계를 넘어간 돈 거래는 허락될 수 없음. 이것은 경제인들의 정직 (회계장부의 정직성) 경제 rule의 준수 (이자의 정확한 계산, 경제 운영 규칙 지킴)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조작과 투기는 경제행위의 "공평성"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3) 돈을 빌린 사람은 빌린 돈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야 함. 이것은 재화를 재생산할 목적이 없이 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하거나, 안일한 경영을 하는 경제인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리고 돈을 빌린 사람은 돈을 빌려 준 사람에게 수익의 일부를 나누어주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해야할 "사명"이 주어진 것임을 말합니다. 칼빈에게는 이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사기꾼"이었습니다.

4) 이런 경제 행위는 세상 법칙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함. 산업, 상업 활동을 위하여 돈이 오가는 거래 자체가 직업소명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5) 이 돈 거래는 결코 사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공 선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행위로 여겨져야 함. 경제활동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기업의 발전을 위하여 투자를 했고, 자금을 모았다면, 이것은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결코 개인의 이익추구 선에 머무르면 안되고 타인의 유익을 고려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투자를 할 때, 이미 공공선을 염두에 두고 경제행위를 해야한다는 것이지요.

6) 이 모든 경제행위는 국가가 허락하는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칼빈에게 국가란 하나님의 공의를 실천하는 "영적" 도구였습니다. 그런 국가가 제정한 법률을 위반하는 경제행위는 하나님께 반역하는 행위와 똑 같았습니다. 물론, 칼빈도 국가 자체가 충분한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국가에 대하여서도 인정하였고, 그런 국가를 "개혁" 할 책무에 관해서도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강조하는 "국가의 법"이란 인간만사를 "공평하게" 규제하는 정당한 질서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칼빈은 신명기 23:18-20에 관한 한 설교에서 이자율은 5%를 넘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에게는 이자를 받으면 안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바는,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거나 일의 결과로 주어지는 임금이나 월급을 받아 생활하지 않고, 이자로만 먹고살거나 재산을 증식하려고 하는 태도를 원초적으로 거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칼빈은 이자를 주고받는 돈거래는 엄격한 "공평성"에 입각해서 공공선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한에 있어서 정당한 경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자를 요구하면 안되며, 이자를 통해 재산 증식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 이자 자체가 크리스천 경제행위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교개혁자의 가르침이 오늘날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크리스천에게도 유익한 지침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참고로 칼빈의 경제 윤리에 관하여, 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Georgia Harkness. John Calvin: The Man and his Ethics.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1931.

특히 위의 6가지 칼빈의 지침 (원래는 7가지로 되어있음)은 Harkness의 정리를 참고했습니다.

Fred Graham. The Constructive Revolutionary: John Calvin & His Socio-Economic Impact. N.P.: Michigan State University, 1987.

Ronald S. Wallace. Calvin, Geneva, and the Reformation. Edinburgh: Scottish Academic Press, 1988.

R. H. Tawney. Religion and the Rise and Capitalism: An Historical Study. London: Hazell Waltson & Viney, 1960.

여기 소개한 종교개혁자 칼빈의 "usury"에 대해 다루고 있는 몇 가지 개설서들은 대부분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으리라 믿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