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존 라이언 지음, 그믈코, 2002, 158쪽)

“어떻게 하면 인류는 지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고 필요한 식량과 집, 지식과 오락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저자의 이 작은 책을 읽고 있자면 잊고 있던 현실, 달콤한 꿀맛에 취해서 자신의 몸이 점점 더 꿀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잠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파리와 같은 현실이 되살아나서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는 꿀과 같이 달콤한 현실(문명의 이기와 풍요, 더 많은 부와 편리의 추구)이 갖고 있는 엄청난 이면(비효율적인 생활, 지구환경의 파괴, 인류를 비롯한 동식물의 멸망)을 바라보게 되고 지금까지 익숙해진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다고 저자의 글이 굉장한 이상을 제시하거나 비판을 가하지는 않는다. 실제 우리의 현실은 심각하지만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하는 것은 희망이요 절망이 아니다. 저자는 따뜻함과 현실성을 갖고 이 현실을 바꾸는 실천이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 책에는 지구를 살릴 수 있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 소개된다. 즉 아주 평범하고 작지만 우리가 사용하게 될 때 지구에는 거의 해를 주지 않으면서 우리 삶에는 유효한 놀라운 물건들이다. 그 7가지는 바로 자전거, 콘돔, 천장선풍기, 타이국수, 공공도서관, 빨랫줄과 무당벌레이다. 이것들은 모두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오면서 인류에게 공헌한 물건들이나 이제는 자동차, 우리의 부주의함, 에어컨, 육류, 예산과 지원의 삭감, 빨래건조기와 살충제 등에 밀려 점점 사라지고 있거나 제대로 효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개개인의 실천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탈 수 있기 위해서는 조건이 형성되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자전거를 장려하고 보급해야 하며, 자전거 길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자전거와 버스를 이용하고 걷기를 주로 하는 밀집형 도시건설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도록 감시, 지원할 수 있고 또 우리 형편에 맞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유용하며 반대로 현재의 편리한 삶이 실제로는 얼마나 비효율적이며 해악이 많은가 하는 점을 대비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전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전기 소켓에서 흘러나오는 눈에 안 보이는 전기가 산성비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연어를 멸종시키며, 핵폐기물과 그 밖의 여러 가지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록키산맥연구소에서 연구한 결과 미국 가정에서 평균 사용하는 에어컨 전기를 만들려면 발전소 굴뚝에서 매년 3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고 한다. 단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대가로는 너무 엄청난 것이다.”

환경을 위한 최첨단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작은 습관, 조금 더 사려 깊게 생각하고 조금 더 적게 쓰는 것이다. 이는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잊혀지는 부분이지만 사실상 우리의 작은 실천, 작은 선택은 초능력과도 맞먹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미국인이 평균 소비하는 에너지 총량은 하루에 18만 칼로리로 거대한 사향고래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저자는 사향고래의 크기만큼 부풀어 있는 인간의 탐심을 인간 크기만큼 줄인다면 지구의 환경을 지속시키며 우리의 삶의 필요 또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을 역설하고 있다.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