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라든가 대안적 삶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월든'에 관한 이야기가 꼭 나오는 것 같다. 몇 번 책을 대할 기회가 있었지만 생각보다 두껍기도 하고 딱딱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읽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환경디자인을 하신다는 어떤 교수님의 홈페이지에서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월든'조차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란 표현을 보고 다시 '월든'을 읽어 볼 동기를 부여받았다. 마침 마을문고에 '청소년을 위한 월든'이란 책이 있기에 마음 먹고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서두에(이 책은 발췌본이라 원본에는 어떻게 시작하는지 잘 모른다)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오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이 지역의 청년들이 농장과 주택, 창고, 가축 그리고 농기구들을 물려 받는 것을 불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손에 넣기는 쉽지만 버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추구와는 정반대처럼 보이는 말을 단순한 말로 확신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마치 선지자와 같은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을 완전하게 뒤엎으시는 예수님의 말씀과도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 책은 처음의 선입견과는 달리 딱딱하거나 어려운 문장이 없이 아주 소박하지만 명료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전달한다. 파격적인(?) 생각과 경험을 전하고 있음에도 왠일인지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마치 고요한 깊은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키고 맑은 물을 마시는 듯한 평화와 쉼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평소의 꿈대로 자신의 고향인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숲 속 월든 호숫가에 스스로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그곳에서 홀로 2년여의 시간 동안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관찰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의 경험과 사색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책이 바로 '월든'이다. 이 책은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자연주의사상, 녹색사상의 뿌리요 고전이 되고 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어떠한 복잡한 설명이나 무거운 비판 없이도 그저 그의 삶을 들여다 보고 함께 하다 보면 내 마음의 거울에 낀 먼지들이 떨어져 나가고 잠들어 있던 기쁨이나 꿈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소로가 꿈꾸는 세상, 아니 살았던 세상을 동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난다. 그가 말하듯 '단순하고 또 단순하게' 살면서 '사소한 일에 인생을 찔끔찔끔 낭비'하지 않고 삶의 본질적인 모습들만을 마주하며 인생을 보다 진지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되찾게 한다. 그리고 쓸데없이 커져버린 걱정과 욕심으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재와 지금, 자연과 이웃을 다시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하며 살아 있음이 정말 축복임을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십시오. 무역을 위해서가 아닌 사상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십시오 모든 사람은 자기 왕국의 제왕이며 그 왕국에 비하면 러시아 황제가 다스리는 현세의 대제국은 보잘것 없이 작은 나라, 얼음산의 자그마한 언덕에 불과합니다."
 
물론 책을 읽는 동안 오늘날의 대도시 한복판에 살면서 소로가 보여준 삶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몇 번씩 올라왔다. 그럼에도 무언가 대안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삶에 그의 책은 명백한 한 길을 보여주고 지친 삶에 청량제와 같은 새로움을 준다는데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마음이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너무 많은 것들에 얽매여 있는 것 같을 때,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원에서 샐비어와 같은 약초를 가꾸듯 가난을 가꾸십시오. 옷이든 친구이든 새로운 것을 차지하기 위해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오래된 옷을 다시 입고 옛 친구들에게로 돌아가십시오.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들이 변하는 것입니다.
옷을 팔더라도 생각만큼은 간직하십시오. 신께서 당신을 외롭지 않도록 살펴주실 것입니다. 날마다 거미처럼 다락방 한구석에 하루 종일 갇혀 있게 되더라도 생각만 버리지 않는다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좁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