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n [동역자 나눔터]에 올려진 글/  최강신 (ugha@nownuri.net)

안녕하세요?

이번에 우리 과의 석사과정 학생들이 재활용지를 써서 논문을 찍기로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권고한 건 아니고 하는 김에 같이 하자는 식으로 친구들을 꼬셔서 했습니다. 스무명 정도를 모았는데 그중 대여섯명은 아주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고 또다른 대여섯은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전에 인쇄소에 문의를 할 때 열이면 열, 모두 재생지=시커먼 갱지로 인식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다들 귀찮은 짓 왜 사서 하나 하는 따가운 시선. 과연 나 자신도 이게 주님께는 커녕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회의가 들 정도였습니다.

결국 이 나라가 아직도 재생지를 구할 수 없는 나라라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김신정 목사님께서 알려주신 환경단체에 전화를 해서 취급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도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셨지만, 시중에 그나마 책을 찍는 재활용지까지 동이 나버렸다는 것입니다. 쓰는 사람이 워낙 없기 때문에...

결국 진정 재생지는 못 구하고 아주 쪼금 재생지가 포함된 중절지를 가지고 찍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논문이 나오면 몇몇 사람들이 똑같은 값 주고 질이 떨어지는 종이에 했다고 핀잔을 줄 것 같아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나의 꾀임에 넘어간 희생자들이라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몇몇 인쇄소들은 재생지라는 걸 알았을 테고 제지회사에서도 몇 연(종이의 큰 단위: 이번에 알았어요)의 수요가 더 있음을 인식한데 대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참조: 녹색인쇄문화 가이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