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장 우려했던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병원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이들 때문에 내 옆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나도 아내가 특별한 일이 없이 입원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가 낯설은 병실과 다양한 환자들 및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처신할 수 있겠는가! 종일 침상에 눕거나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한나절이나 이 문제로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먼저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다. 나는 움직이는데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상당히 많다. 모든 것은 내 스스로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 이 때 여러분들이 그것들을 조금만 도와주시면 내가 모든 일들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 말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짐작하건데 불쌍하고 가련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나 잘 해 낼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내가 미리 알려준 위치를 기억하며 병원의 지형지물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휴게실을 발견했다. 화장실도 찾고 간호실도 알아냈다. 계단을 발견하고 밖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병실로 돌아오는 길을 잃고 말았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실수를 했는가? 뒤늦게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병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경험으로 병실생활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시간이 나는 데로 나는 병실에 누워있지 않고 휴게실로 나가 독서하는 일에 열중했다. 또 휴게실에서는 다양한 암환자들의 투병생활에 대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무료하면 13층인 건물의 옥상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며 걷는 운동을 반복했다. 다만 수술을 마치고 이틀 동안은 전혀 움직일 수 없어서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원할 때 즈음하여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져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퇴원하는 날 한 할머니께서 '시각장애인도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군요.' 하는 말로 나를 위로해주었다. 모든 가능성은 작은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이것을 포기하면 많은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실천에 옮기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