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언어장애 호떡아저씨가 남긴 소중한 메모 
 
[한겨레] 옆의 사진은 어느 날 서울역의 노숙인 야간 진료에 중국호떡을 한아름 들고 온 언어장애인이 주고 간 쪽지다. 그는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었는데, 호떡장사를 하는 듯했다. 바깥에서 한참 진료소를 기웃거리며 틈을 보다가 잠시 조용해진 사이 가만히 들어와 나에게 무엇인가 쓰는 것을 달라는 시늉을 하였다.

내가 메모지를 주자 써 준 것이 바로 이것이다.("노숙자들게에 호떡을 나누어 주어요.") 그 날 몇몇 우리 아저씨들은 호떡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는 거리노숙인들을 만나고 돕기 위하여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상담소’와 ‘현장진료소’, 그리고 옷과 생필품을 나누는 ‘나눔가게’를 두고 있으며, 밤에는 직접 거리로 야간상담을 나가고 있다. 노숙지역이 워낙 넓은데다가 무엇보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 직원들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이 일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은 바로 봉사자들이다. 호떡 아저씨와 같이 작지만 자기가 가진 것을 노숙인과 나누려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봉사자들은 거리노숙인들에게 주려고 김밥을 싸 오는 주부부터 야간상담 전문 자원봉사팀, 야간 노숙인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와 약사, 학생들을 데리고 오는 교사와 아버지 등 다양하다.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컨셉’으로 노숙인과 서로를 위해 많은 것을 나눈다. 자원봉사 올 때마다 밤에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인에게 주려고 따뜻한 차를 가져오는 직장인, 진료소에서 못 다한 진료를 해야 할 것이 있으니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의사, 덥수룩한 노숙인들의 머리를 잘라주겠다는 미용사, 환자로 찾아온 행상 할머니가 미처 팔지 못한 나물과 오징어를 사 주시는 의사선생님도 있다. 노숙인에게 나누어주라며 흰 백설기떡을 세 말이나 해 가지고 온 시민도 있었다.

아직은 노숙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소리내지 않고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기에 노숙에서 조금씩 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 나가보면 상담소나 진료소, 나눔가게가 모두 장소도 좁고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러나 여기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서로를 위해 마음을 쓰고 작은 것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이들을 볼 때마다 직업적 전문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야말로 욕심내지 않고 사람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현장은, 그리고 노숙인들은 오늘도 많은 봉사자들을, 관심을 그리워한다. 강주현 /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www.homelesskr.org 02)777-5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