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하이서울뉴스에 실린 것을 옮긴 것입니다.

우리이웃 인터뷰
'사랑의 빵' 오규섭씨
 ⊙ 결식아동을 위해 시작한 빵 나누기 봉사

“빵은 매개체 일뿐 궁극적인 것은 이웃과 나누는 마음입니다”
우리 이웃의 작은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 지난 99년부터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빵 나누기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본부 오규섭씨 (중곡교회 목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소위 말하는 IMF후유증으로 우리 사회가 많은 고통을 받고 있던 1999년. 우연한 기회에 T.V를 보다가 결식아동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이후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는 오규섭씨.
“제빵 기술을 갖고 있는 분과 우연한 기회에 결식아동 이야기를 했더니 그 분이 그러더군요. 빵 굽는 기계만 준비된다면 봉사하겠다고”
그 이후부터 오씨는 바빠졌다. 그는 중고시장을 뒤져 기계를 구입하는 한편 광진구자원봉사센터의 소개로 30가구의 수혜 대상 아동을 찾아야 했다.

월-금요일까지는 학교급식이 있어 굶는 일이 없지만 토, 일요일이나 방학 등이면 학교의 급식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 아동들을 위해 오규섭씨는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빵을 구어 토요일에 나누어 준다. 보통 세끼 정도 먹을 수 있도록 소보로, 단팥, 모닝빵 등 10개를 한 세트로 묶어 한 가정씩 전달하는 일을 그는 6년째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처음에는 자본이 없어 천막을 쳐 놓고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교회2층에 별도로 방을 내 그곳에서 빵을 굽고 있지요”
오규섭씨가 운영하는 중곡교회는 신도가 40-50명 수준의 작은 교회이다. 물론 교회 자체도 자그마한 2층 건물이어서 공간이 매우 협소하지만 그는 빵을 만드는데 특별한 경비가 소요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밀가루 등 필요한 원료만 사면 빵은 제빵 기술자가 만든다. 그리고 완제품은 자원봉사자들이 각 가정을 방문, 전달하면 된다. 즉 원가 계산시 실 인건비가 공제되기 때문에 재료비만 부담하면 되므로 수혜자의 고마움에 비해 이 일 자체에 경제적인 부담은 없다고 말하는 오씨.
특히 최근에는 광진구에서 운영하는 6명의 자활봉사단이 직접 빵을 구우므로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시식해 본 사람들의 의견이다.
“자활봉사단은 빵을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그리고 목, 금요일에 만든 제품은 어김없이 이웃에게 나누어주는데 최근에는 결식아동이 상대적으로 줄어 독거노인도 수혜대상으로 포함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빵을 만들어 판 수익금은 다시 밀가루 등 원료에 투입되는 재료비로 충당된다.

⊙ 가정해체의 실 피해자인 아이들...

오씨는 빵은 매우 매력적이라고 이야기한다.
“만들어진 빵을 바라보면 제 마음 또한 뿌듯해집니다. 꼭 작품 하나 완성해 놓은 듯한 보람을 느끼는 거죠.”
빵에 대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규섭씨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마음고생이 더욱 심해졌다. 생각 외로 마음의 상처가 큰 아이들이 많다는 것.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기본적으로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의 마음은 상처투성입니다. 가정이 해체되는 대부분의 경우가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의 가출이 기본이지요. 그로 인해 마음 둘 곳을 잃은 아이들은 밖으로 돌면서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되고...”
상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씨는 이미 빵 나누기본부와 관련 맛도 조직도 정비가 되어 안정기조에 접어들었으므로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힌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아이들이 자립하고 독립하여 그들도 나누어주는 사랑을 배울 때까지 그들을 더욱 품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우리 교인 중에 복지관련 학문을 전공한 분이 몇 분 있습니다. 그분들과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받아 저 자신도 깊이 있는 상담사로 거듭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

⊙ 사회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의식 필요

오규섭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만약 그가 이 일을 함에 있어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일을 지속적으로 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일 자체가 실현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사회의 그물망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 또는 자원봉사자들의 존재가 고맙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사회 변화의 밑천 역할을 튼실히 하고 있다고 믿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오씨다.
“미력하나마 제가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자그마한 도움으로 다가갈 수 있기에 저는 이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사회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한다면 이웃에 대한 사랑표현도 더욱 적극적이지 않을까 하는 오규섭씨. 그는 진정한 이웃사랑의 전령사가 아닐까...
 

하이서울뉴스 / 권양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