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하이서울뉴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더불어 사는 살 맛 나는 세상”

■ 장애인의 이동권은 그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어요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이 제게 몸을 의지할 때 저는 이 일을 시작하기 잘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보통 휠체어로 이동을 하는 여성 장애인의 가장 큰 애로점이 타인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 그들을 통해 계단이나 기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가야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애로사항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있다. 지난 9월 서울시가 주최한 ‘제2회 복지 부문 서울사랑 시민상’에서 대상을 받은 오주영(51세)씨. 그는 지난 98년부터 장애인의 이동을 도와주는 차량이동봉사대인 초록봉사대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내 것이 아닌 상을 받은 듯해서 다른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저보다 좋은 일 하신 분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상 소감을 간단하게 밝힌 오씨는 상이 주는 부담감이 대단하다며 자신은 그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끝을 흐린다.
오주영씨는 이번에 받은 상금 전액을 초록봉사대에 내 놓아 그와 더불어 활동하는 모든 대원들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기도 하였다.

그는 이전에는 실내 장식과 관련한 사업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록봉사대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일반인들이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90년대 중반 경에 근육디스트로피(근육관련 질병)환자를 알게 되었어요. 그는 얼굴에 파리가 앉아도 손으로 날려버리지 못해 입김을 내어 파리를 쫓아야하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제 삶의 방향을 바꾸었지요.”
진솔함과 순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면서 자신은 오히려 그들의 삶을 흉내 내면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오주영씨.
그는 95년 초록캠프를 시작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초록캠프는 장애인의 사회적응 훈련이 목적이다. 재활위주의 치료와 겸해 사회성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인데 이 일을 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고 또 의외로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는 장애인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98년 차량 2대로 초록봉사대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봉사대 차량 3대와 봉사대원 차량 435대로 조직을 꾸리고 있다. 이 차량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70% 가량이 통원치료가 목적이고 행사참석과 장애인 모임 등에 가기 위해서가 각각 15%정도 된다고 한다.
“장애인 콜택시조차 이용할 수 없어서 집안에 누워만 계신 분들이 우선 활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월 2백여 분 정도가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애인의 재활치료를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고 한다. 그들의 치료는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단지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은 최소한 주 2회 정도는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하는 오주영씨의 얼굴에 그늘이 생긴다.

■ 초빛나, 청송회 등 3개의 소모임 운영

“우리 초록봉사대는 장애인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이동을 지원해 주어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가능하게 하는 한편 중증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하는 현장체험과 문화체험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서로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 설립목적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인 자신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3개의 소모임을 통해 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유도해 가고 있다.
초록으로 세상을 빛나게 하라는 의미의 ‘초빛나 팀’. 이 팀은 현재 회원 15명이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순수 장애인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월1회 다양한 현장체험 및 문화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라는 의미의 ‘편사모’팀. 이 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진팀으로 월 1회 사진교육과 현장 출사를 하고 있다.
편사모팀은 야외출사를 통해 촬영한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뇌졸중 환자들의 모임인 ‘청송회’. 뇌졸중 장애인의 재활치료와 여가선용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운영하는 친목모임인 이 팀은 현재 회원 10명이 참여하여 초록봉사대 사무실 2층에서 주 2회 족부반사요법 치료, 주1회 한방진료를 받는 것 외에 월 1회 야외나들이를 하고 있다.
“사실 뇌졸중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 자체를 포기하고 받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우울증까지 겹쳐 삶이 황폐해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오주영씨. 그는 청송회팀의 운영이 잘 이루어져 보다 많은 뇌졸중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대를 이어 활동하는 팀이 아직 없어 안타깝습니다

오주영씨는 자신의 활동을 절대 봉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활동을 통해 오히려 많은 사랑을 되 돌려받고 있다며 이 일은 해 본 사람만이 그 깊이를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요즘에 등장하는 T.V 광고 중 나와 가족만을 부각시키는 광고를 보면 속이 상합니다. 시청자들이 ‘우리’라는 울타리안에서 서로가 더불어 사는 것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지는 못할망정 점차 심해지는 개인주의와 가족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부인(장창옥,51세)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오씨는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므로 인해 오히려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통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을 배울 수 있기에 부부나 형제 즉 가족간의 사랑은 두 말이 필요가 없다.

또 그는 현장 활동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아쉬움을 이야기한다.
“저는 이 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대를 이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팀이 없다는 사실에 가장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아버지가 그랬듯 자녀가 또 그 자녀가 대를 이어 활동하는 그런 가계를 운영하고 싶은 오씨는 봉사활동이라 하여 굳이 많은 시간을 무리하여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가족과 함께 하고 그들을 먼저 배려하는 것도 소중하므로 월 1-2회, 회당 2-3시간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충분하단다. 그렇게 1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면 분야에 맞는 전문성도 습득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 가택침입으로 연행된 적도 있었죠

최근엔 우리 사회도 많이 달라졌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하는 일반의 관점도 달라져 그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시민도 있다. 그러나 오주영씨는 다가가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무언가 도와주기 위해 행위를 할 경우엔 반드시 먼저 물어보세요. 도와드릴까요? 라고...”
불편해 보이기 때문에 요구하지도 않은 부분을 도와주는 과잉친절행위는 그들을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인다.
“아직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있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는 그 일과 관련하여 일전에 가택침입으로 잡혀갔었던 애피소드를 들려준다.
“제가 늘 다니는 길목에 사시는 분이 제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다고 자신을 밝히며 분명 저 담장 높은 집에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깥출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더군요.”
오주영씨는 장애는 가족이 감추고 쉬쉬해야 할 만큼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갖고 있는 개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가족에 의해 일방적으로 갇혀 지내는 것은 너무도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씨는 그 집의 문을 두드렸다. 자신의 신분과 목적을 밝혔지만 집안에서는 냉랭한 반응만 보였다. 그래서 그는 담을 넘어 들어갔다가 신고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파출소로 연행되어 갔다. 물론 그의 뜻이 그대로 전달되어 그는 풀려나긴 했지만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는 그전과 똑같은 행위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모두의 보금자리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늘 접하는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오주영씨는 일반인이 장애인을 대할 때도 단순한 동정이나 도움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세상이 아름다운 만큼 사람도 아름답고 소중하므로 그 아름다움들이 서로의 알뜰한 사랑을 키울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해 보는 오주영씨의 미소엔 선한 아름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