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진영(陣營)’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특히 정치문제와 관련해서 ‘진영논리’라는 말도 많이 사용된다. ‘진영’이라는 것의 원래 의미는 ‘군대가 집결하고 있는 곳’이라는 것인데 이것이 ‘정치적, 사회적 등으로 구분되어 구성된 집단’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원래 내가 ‘진영’이라는 말을 들었던 곳은 교회이다. 어릴 때 목사님이 우리 교단을 지칭하면서 ‘우리 진영’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우리교회가 속한 신앙의 전통과 교리를 다른 교단이나 교회 밖의 집단들의 것과 구분하는 용어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내가 ‘진영’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은 정치적인 문제들과 연관되어서이다. ‘진보진영’, ‘보수진영’ 또는 ‘진영논리’등이 그것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서 또는 좌우로 나누어 진영을 형성하고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것이 정치 사회의 두드러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런 ‘진영’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나에게 조금 혼돈스러운 면이 있다. 나에게 ‘진영’이라는 것은 신앙적인 측면에서 생각되는 용어였다. 신앙의 진리를 지키고 그것을 위해 싸우는 병영이나 진지가 ‘진영’인데 이것이 정치적인 성향이나 입장이 되고 또 그것을 위해서 싸우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나에게 어렵게 생각되는 부분은 ‘이 진영이 중복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나는 기독교 진영에 속하면서 진보진영이나 또는 보수진영에 속할 수 있는가?” 물론 기독교인들도 어떤 정치 사회적 진영에 들어가기는 할 것이다. 여당 쪽에서 일하는 기독교인들도 있고 야당에서 일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을 것이다. 또 일반 기독교인들도 진보나 보수를 지지하고 그것의 가치를 위해서 뜻을 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면 진영은 중복될 수 없다. 진영은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기독교 진영에서 또는 하나님 군대의 진에서 싸우기도 하고 좌파나 우파진영에서 싸우기도 할 수는 없다. 굳이 그렇게 하려면 하나님의 진영에서 나가서 좌파나 우파진영으로 가서 전쟁을 해야 한다.

현대의 ‘진영’의 의미는 전쟁터의 병영의 의미보다는 정치적ㆍ사회적으로 구분된 서로 대립되는 세력의 한쪽을 지칭하는 의미가 강한데 그렇다고 해도 진영은 중복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현존하는 진영들이 지향하는 것들이 이 세상을 특정방식으로 변화시키고 만들어가려는 의도가 강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독교 진영’ 또는 ‘하나님 나라 진영’ 역시 세상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진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진영’을 말한다면, ‘진보진영이면서 기독교 진영’이라든지 또는 ‘보수진영의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맞지 않고, 그런 애매한 태도보다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진영은 진보진영도 보수진영도 아닌 하나님 나라의 진영에 속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진영이 어디인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나라의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 좌파나 우파의 의견을 지지할 수 있고 또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취사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 진영 안에서 여야의 정책을 지지하고 반대할 수 있으며 또 그것을 위해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나눠진 그런 진영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진보나 보수의 가치나 목적을 통해서도 발전하고 이루어지는 것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진영(하나님 나라 진영)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을 취사선택하고 이용할 것들이지 우리가 그 진영에 속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독교 좌파나 기독교 우파를 자칭하며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부분에서 열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종종 그들 중에는 하나님나라 진영에서 나가 다른 진영에 가있는 듯한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하나님 나라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더 열심이고 그것을 위해서 하나님의 방법과 진리가 아니라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기독교인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가 지금 속해있는 진영에서 빠져 나와 하나님나라의 진영에 속히 복귀해야 한다.

‘진영’이라는 말은 배타적인 의미가 있고 대결과 전투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 그렇게 좋은 단어 같지 않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분명한 진영이 있다. 그리스도인들이 좌파나 우파의 진영논리에 빠져 있거나 그 진영에 완전히 속해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인 대립이 심화되고 또 그런 것들에 마음이 많이 갈 때, 혹시 내가 다른 진영에 속해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진영이 어디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하나님 나라 진영의 목적과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에게 대함이라 (엡 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