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6월 13일에 행한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강연으로부터 발췌한 글

역사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인류 가운데 일어나는 사건이다. 이를 우리는 역사라 부른다. 그리고 이 수천 년을 이어오는 사건에 대해 경외심을 잃어버린 사람은 종교에 대한 모든 의미 또한 잃게 된다. 지난 수천 년의 사건 가운데 개입하셨던 하나님의 손길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믿음이 없는 자이다.
 
말할 나위 없이 우리는 깊이 바라보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 우리는 각각의 작은 모자이크조각으로부터 커다란 구조물을 이루려고 시도하며, 개개의 사건에만 머무는 일반적인 역사고찰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한다. 이는 모든 것을 각각의 작은 조각으로 나누며 사람들은 이것을 다시 조합하느라 헛수고를 한다. 역사 연구가나 역사전공자들의 이러한 어리석은 바보짓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워야만 한다. 마치 우리가 추가로 역사를 만들고 붙이거나 접합할 수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는 대형교회들의, 거대한 권력들의, 부유한 상인들의, 물질주의 세력의, 사탄의 종들의, 검과 미움과 폭력의 권세의 그 일반적인 역사고찰로부터 자유로워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반대로 수천 년을 이어온 인류 안에서 사랑의 역사를 찾아야만 한다.

그렇게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반복되어 등장했었음이 틀림없다. 이 하나님의 개념들과 그리고 하나님을 전파하는 종교역사 또한 하나님 자신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하나님에 관한 단어들의 발전과 하나님으로부터 받아들였던 감정들의 발전이 오직 하나님만이 하나님이실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는 분이시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그분의 이름이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상(像)들, 하나님에 관한 생각들과 하나님에 대한 인상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바뀌고 지나간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하시다. 문제가 있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다. 하나님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 하나님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느끼고 고백하는 모든 것은 문제 삼을 만 하며 그 끝에 물음표가 속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천 년에 걸친 태고의 인류역사와 종교역사의 엉성함 속에 하나님 자신이 역사하신다.
…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은 단지 비유로만 말할 수 있다. 영원하고 무한한 진리의 심오한 전달자들은 비유(그림)로 이야기 했다. 물론 그들이 생각해 낸 비유가 아니라 현실의 하늘과 땅의 비유들로 말했다. 오직 이 생생한 현실의 구체적인 비유들로만 신성은 감지될 수 있다. 오직 명상(Anschauung), 오직 행동(Tat)만이 믿음의 언어이다.

삶과 세상에 대한 구체적인 명상(觀)이 생겨나지 않는 믿음이란 없다. 어떠한 행동도 자라나지 않는 믿음이란 없다. 명상과 행동은 믿음의 언어이다. 우리가 설교와 책과 강연에서 믿음의 일들에 관해 말하는 것은 실제적 삶의 명상과 실제적 삶의 행동이 그 안에서 생동하고 존재하는 만큼만 능력과 생명을 갖는다. 그러므로 현실의 명상도 실제적 삶의 행동도 없는 빈 말들로 이루어진 설교보다 더 비천하고 지옥 같은 것은 없다.

마지막 일들을 감지하는 역사가 인류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현실을 명상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행하면서 하나님을 증언하는 역사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분의 뜻을 행하는 것 외에는 달리 알려질 수 없다. 책을 읽으므로, 학교를 다니므로 또는 숙고하고 느끼는 가운데 하나님의 비밀에 가까워지려는 여타의 노력들로 하나님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행동과 진리로 하나님과 하나가 될 때 하나님을 알 수 있다.

미친 듯한 세계전쟁의 역사 한가운데서 자신의 평화의 역사를 만드신 분은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은 어느 시대에나 예수님이 그들의 내외적 삶의 운명과 역사를 의미하는 것에 동의했던 사람들을 발견하셨다. 이 세상의 혼돈으로 이루어진 거대하게 솟은 죽은 바위덩이의 광야를 통해 거듭 거듭 그의 영 안에서 살아 있고 평화의 대해로 흘러가는 평화의 강물이 쏟아 부어졌다. 이 평화의 바다는 우리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의 나라를 의미한다. 이 강에 사는 사람은 광야 가운데 오아시스를 알며 모든 폭풍에 저항하는 영혼을 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는 겉으로 혼란스럽게 보이는 민족들의 운명사이에 짜여진 황금실과도 같다. 태양이 솟아오를 때까지 자신의 금으로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히 비추는. 여기에서 역사는 역사가 원하는 대로  우리를 만들 수 없다. 오히려 우리가 역사를 만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홀로 견고하며 확실한 역사적 미래를 갖고 있는 것을 위해 동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이다.

예수님은 이 역사의 목적이다. 예수님은 그의 첫 번째 오심을 통해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금실로써 인류 속으로 던지심으로 구하는 자는 누구나 그 안에서 구원과 해방을 얻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의 다시오심을 통해 모든 어둠이 물러갈 수밖에 없는 해 돋음으로써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실 것이다.